어느덧 12월이 되었다. 결혼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는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새로운 직장에 들어온 지도 일 년 하고도 5개월이 지났다. 시간이 참 빠르구나 싶다.
어떻게 일 년을 보냈는지 정말 정신없었던 것 같다.
상반기는 회사에 모든 열정을 쏟았고, 하반기는 내년 초 태어날 우리 아기를 기다리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23년에 들어서며 다짐했던 일들이 잘 지켜지진 않았다. 아직도 냉장고에 붙어있는 “올해의 다짐” 목록 중에는 해 낸 것보다, 게을러서 하지 못 한 일이 더 많다.
하지도 않을 일을 적어서 뭐하냐 싶지만, 꾸준히 뭔가를 이루려 하는 마음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내년에도 새로운 다짐을 적어서 냉장고에 붙여둘 계획이다.
이제 올해 내가 한 일들 중 잘 해낸 것이 뭐가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잘했니?
회사에서는 연말이면 서로 간 1년의 피드백을 공유한다. 익명이긴 하지만 이를 이용해 악담을 하거나 비난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난 지난 피드백으로 가장 많이 들었던 내용이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부족” 이었다. 그간 회사에서 항상 조용히 일하는 편이었고(대화할 상대도 딱히 없었고…) 성격이 그러한지, 주로 말하기보다는 듣고 따르는 편이었다.
22년은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느라 정신도 없고 겪어왔던 환경과도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 말이 없었던 것 같다.
연말 평과 후로 23년은 더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자 다짐했었다. 그래서 이번 연말엔 어떤 피드백을 받을까? 작년에 받았던 피드백에 대한 보완이 되었을까? 어느 정도 내 노력이 겉으로 티가 났을 거라 생각된다. 점차 회사 시스템/ 사람에도 적응을 하기 시작했고 맡은 일들도 큰 차질없이 해내고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작년에 비하면 크게 나아졌다고 판단된다. 의견이 있으면 입안에서 맴돌다 그냥 삼켰던 것을 이제는 편하게 의견을 말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도 잘 받아들이고 있다. 내 기준에서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내 단점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나 이거 잘 못해요.” 라는 말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무능해 보이는 게 싫었다.
하지만 일을 해내기 위해 내가 가진 단점을 공개하고 이를 보완할 피드백을 받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나는 일을 하기 위해 직장에 다니는 것이지, 혼자 끙끙 앓으면서 일하려고 회사에 온 게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점점 건설적인 소통을 하게 되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구조에 대한 고민이나, 아주 간단한 코드 컨벤션에 관한 내용이나.
내가 좀 더 적극 행동할 수 있게 된 것은 팀원들이 무슨 얘기든 잘 들어주려는 준비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이 든다. 자신감도 소통능력에 한몫을 했다.
작년 초. 결혼과 동시에 피부질환을 얻게 되어 얼굴이 정말 말도 아니게 뒤집어졌었다. 뒤집어진 피부는 1년 넘도록 나아질 기미가 안보였고 좋아하던 술도 마시지 못하고 심지어 운동까지 못하게 됐다. 피부가 항상 좋았던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직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몸도 마음도 계속 지쳐만 갔다.
회사에서 얻는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어져서 너무 우울한 나머지 보컬학원을 찾아가서 노래를 한다든가. 평소 생각도 안 했던 콘솔게임도 사서 도전해봤다. 내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노력은 분명 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었다. 약물치료도 점점 효과를 보이기 시작해서 이번 년 여름이 될 때쯤은 거의 완치 수준의 피부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얼굴이 나아지니까 예민했던 내 감정도 다시 평온해졌고,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피부가 좋아진 것만으로도 마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를 느끼는 요즘이다.
새로운 프로젝트
입사하며 투입된 TF는 제품을 팔아 수익으로 이어지게 하는 커머스앱 개발이었다. 이 앱은 규모도 컸지만, 워낙 바쁘기도 했고 그에 비해 일하는 사람은 적은. 때문에 항상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었다.
입사초에 회사에 적응도 덜 되었을 때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며 더 정신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올해 중순쯤 새로운 프로젝트에 배정되었다. 유지보수가 아닌 새로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시작하는 TF.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앱을 출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까지. 개발자 주도하에 이뤄져야 하는 이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배정되어 정말 두 달을 미친 듯이 일했다. 야근과 철야, 주말출근을 하고 RNR 없이 팀이 똘똘 뭉쳐 일을 해내었다. 두 달여 기간 동안 열심히 작업한 끝에 앱을 출시했고, 현재는 이 앱을 유지보수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된다. 나 혼자 앱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아키텍처를 적용하고 회사 앱에 처음으로 테스트 코드도 작성했다. 나름대로 머리도 굴려가면서 열심히 작업했고, 웹뷰를 많이 사용하는 앱이라서 웹뷰 공부도 꽤 하게 되었다.
만들고 나니 꽤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팀에 아키텍처 적용 경험을 공유하는 아티클을 작성했고, 지금은 프로젝트에 대한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문서화가 지이이인짜 안되고 있는 우리 회사에… 내 문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개인적으로 문서화 하면서 재밌는 부분도 있다. 진짜 진짜… 요즘 재밌게 작업하고 있다. 얼른 작업해야지.
기술적인 성장
을 했는가… 했겠지? 싶다. 자발적으로 열심히 했다기보다는 팀 내 분위기에 많이 따라가는 편이긴 하지만.
뭘 했었지 나열해보자면 Combine, SwiftUI, Concurrency, CleanArchitecture, xcodeCloud, Tuist
정말 정신없었다. Tuist와 Concurrency는 더 학습이 필요한 상태고 나머지는 그럭저럭 잘 따라갔다.
CleanArchitecture는 내가 좀 전파를 시켜야하는 느낌으루… 내년에는 더 열심히 해야지.
글또를 시작하게 되면서 내년 상반기는 꽤 바쁠 것 같다. 지금의 마음가짐? “뒤졌다 생각하고 개열시미” 딱 이거다.
어차피 내년 연봉상승도 물 건너간 듯 하고. 그냥 앞으로 내 커리어가 더 탄탄해질 수 있도록 내 공부를 미친 듯이 해봐야겠다.
글또에서 새로운 사람들도 좀 만나고 싶지만, 아기가 태어나면 이건 좀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 그 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봐야 할 텐데. 생각이 든다.
글또의 시작을 여는 글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아직 12월이 다 지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작성할 내용들은 좀 더 개발분야에 가까운 내용이 되겠다. 지금의 이 열정적인 마음을 잊지 말고 다음 포스팅엔 질 좋은 글을 작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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